"너무 힘들었는데 주민들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쨌든 여기까지 왔어요~"(공감의 눈물이 글썽글썽) -에티오피아 출장을 마치며-
약 172킬로의 관로, 저수조 4개, 취수시설 2개, 주민급수대 131개, 48개 마을의 주민주도형 위생접근방식 그리고 rural water board모델 등 큰 규모의 에티오피아 식수위생사업 종료 평가 현장 방문을 마쳤습니다. 코이카 에티 사무소 및 모든 관계되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짧은 일정에 치과 치료 중이라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의 마지막에 평가자로 참여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사업에 관한 깊은 애기들은 보고서에 남기고 여기서는 그냥 개인적으로 느꼈던 몇 가지를 나누어 봅니다.
#1 부러진 사다리와 편향
현장에서 저수조(50만 리터) 옥상의 정화시설을 보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야 했습니다. 주민으로 부터 다소 조잡해 보이는 사다리를 빌려 한명씩 올라가는데 마지막 제가 올라갈때 그만 사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마구 웃는 주민들에게 저의 체중이 들켰다는 부끄러움(?)은 둘째치고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짧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후 다른 저수조를 방문했을때 자연스레 사다리를 외면하고 당연하듯 오르지 않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앞의 부서진 사다리 보다 훨씬 더 단단해 보이는 사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더 단단한 사다리를 사용하거나' '내 체중을 줄이는 것' 등 오르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는것이 아닌 그냥 회피의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입니다.
현지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발협력 사업시 사다리가 부서지는 것과 같은 일이 많습니다. 정말 쉬운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때로 좌절감에 엄청난 oda fatigue가 찾아옵니다. 저도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다리 부서지는 경험을 했던지요. (포기하지 않는 주민들만 바라며 버티어내었습니다.)
처음부터 오르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제외하고는 회피보다 사다리가 부서져 힘겨워도 올라갈 방법을 찾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다리가 부서지면서 얻게 되는 배움을 귀하게 여기고 박수 보내는 개발협력 생태계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2 숨겨진 영웅들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해 보면 숨겨진 영웅들이 많습니다. 이번 사업에도 지역사회 주민에서 부터 wash 프로모터, 현지 직원, 계약자, 코이카 에티오피아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정말 책임을 다해 헌신했던 숨겨진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잘 들어나지 않아도 묵묵히 인내하며 달려왔던 분들께 정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들이 없었으면 이 어려운 사업이 현재의 모습까지 결코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respect!!
#3 배움과 책무성
역시 평가의 가장 큰 키워드 두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배움과 책무성입니다. 이 사업을 통한 배움이 개인이 아닌 기관, 나아가 개발협력 생태계의 자산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이 엄청난 사업을 경험한 개인이 그 기관이나 생태계를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업의 평가 점수보다 중요한 부분은 분명 이 부분일 것입니다.
#4 시선의 이동과 큰 그림
어린 시절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부터의 변화를 동경하고 추구하였습니다. 그래서 ngo에서 일했고 인도적지원 분야로 시작하여 몰입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의 머리를 채우는 것들은 보다 거시적입니다.
개발협력 구조에서 부터 정책, 전략, 현장 사업수행 방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난 십여년간 반복해서 제기되어 온 여러 이슈들 중 상당수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 정책결정자, 실무자, 인플루언서들이 여러 아젠다로 목소리를 냈지만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앞으로 현장의 heart를 가지고 부족하나마 이 부분에 더 많이 기여해야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우리 이제 함께 부셔버릴때입니다!!🔥🔥🔥 맘보싸와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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