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으으으, 보보부주르르∼”
오늘도 한 아이가 저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와 제 손을 꼭 잡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말을 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소리를 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 아이를 꼭 껴안고는 “아저씨는 다 알아들어. 아저씨가 여기 와서 정말 반가운 거지? 행복한 거지?”라며 아이와 가슴으로 대화를 나눠봅니다.
저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발생했던 아이티 수도포르토프랭스의 월드비전 장애인학교 재난복구사업 현장에서 파견근무를 했습니다. 그동안 월드비전은 초기 긴급구호사업, 식량지원사업, 중기 식수위생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마지막 재건복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당시 몬포트 학교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임시 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텐트를 기숙사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2010년 11월부터 현지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가장 소외받는 계층인 장애(농아,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아이티 최대 규모의 장애인 학교 건축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46년째 이 학교를 지키고 있는 수녀님께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지진으로 46년간 간직했던 학교 기록, 건물, 책상, 책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 절망하거나 두려워하면 너희가 앞으로 만나게 될 마음의 지진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해 주었어요. 보세요! 지금은 월드비전과 함께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잖아요.”
수녀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처럼 웃으셨습니다. 수녀님의 고백처럼 지진에도 끄떡없는 꿈과 희망을 담은 한 동의 학교 건물과 두 동의 기숙사가 이곳에 세워졌습니다. 아이티 전역에서 모인 700여 명의 장애 아이들이 이곳에서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이티는 지진 피해 이후 콜레라 발병, 허리케인으로 인한 자연재해, 심각한 정치 불안과 주민 폭동이 겹쳐 무척 불안정합니다. 많은 이들이 콜레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후원자님들의 사랑으로 월드비전 11개 난민촌에서 이루어지는 콜레라 예방과 대응을 통해 살아나는 생명을 보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흙 쿠키의 나라가 아닌 흑인 최초 연방정부를 세웠던 찬란한 아이티, 아이티는 여러분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티에서~ 강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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